5월 연휴를 맞아 몽골 여행을 계획하고 나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던 중 "사람 사는 곳을 벗어나면 셀룰러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정보를 습득, 여행 전 친구들과 사전 여행 준비 중 "그럼 스타링크 사서 가보는 건 어떨까?" 라는 말이 나와 실제 스타링크를 구입해 몽골까지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Starlink에 대한 짧은 설명
기존 지구 정지궤도(GEO) 위성 인터넷(Gogo, ViaSat, Panasonic 등)은 35,768km 고도에 있는 위성과 통신하며 평균 500-600ms의 레이턴시를 보이지만, Starlink의 저궤도 위성(LEO)은 지구에서 약 550km 고도 위치하여 평균 30ms 정도의 레이턴시를 보여주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Real-world LTE와 유사한 수준의 레이턴시)
Elon Musk의 SpaceX가 운영하고 있고 매주 하늘로 Starlink 위성을 발사, 글을 작성하는 시점 현재 전 세계 하늘에 약 8,500개 이상의 Starlink 위성이 배치되어 있고, 위성 간 레이저통신을 통해 2024년 기준 하루에 약 4200만 GB의 트래픽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기존 위성 인터넷의 한계였던 대역폭/레이턴시 이슈를 해결해 오지나 해상에서도 도심 수준의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 기존 레거시 위성 인터넷 사업자와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Terminal (Dish) 구매
Starlink 위성은 지구 지표면으로부터 약 550km 고도에 떠있기 때문에 이 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통신 단말(Terminal)이 필요합니다. 초기에 Starlink 서비스를 개시하였을 때에는 위성 단말의 크기가 컸고 휴대하기 부담스러운 무게를 가졌으며 많은 전력 소모량(Starlink Standard 단말 기준 평균 50~75W 소모)으로 인해 이동하며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꽤 컸습니다. 하지만 2024년 6월 Starlink Mini가 등장했는데 Starlink Mini의 경우 Standard 킷에 비해 최대 대역폭과 안정성이 약간 떨어지는 대신 낮은 전력 소모량(약 20~30W 수준으로 절반 이하)과 Wi-Fi Router (Wi-Fi 5 지원)가 내장되어 있어 휴대하기 좋고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전력 소모량이 낮아 20V x 5A 를 지원하는 PD 충전기에 물리기만 하면 별도의 전용 어댑터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전기 공급이 제한되는 차량 이동 중 상황 및 여행에는 더더욱 훌륭합니다. 요즘은 20V x 5A 스펙을 지원하는 보조배터리도 많이 나오고 있어 이번 여행에는 Starlink Mini와 함께 20V x 5A 스펙을 지원하는 대용량 보조배터리 5개를 챙겨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Starlink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타국가에서 Starlink Terminal을 구입해야 했는데 서비스 이용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본을 통해 Starlink Mini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일본 Starlink의 경우 일본 발행 카드가 아닌 경우 결제를 받아주지 않는 문제가 있어 라쿠텐(YAMADA denki 셀러)을 통해 구입해 한국으로 배송을 받았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배송을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들고나가기가 귀찮아) 서울 한복판 집 창밖으로 안테나를 내밀고 신호가 잡히나 시도해 보았습니다. 저궤도 위성 서비스 특성상 위성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좁기 때문에 잘 안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위성을 미친 듯이 쏘아 올린 덕에 서울 한복판에서도 신호를 잡는 데 큰 문제는 없는걸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한 방향만 보게 하면 전체 시간 중 약 10%~20% 정도는 위성 신호를 받을 수 없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첫 속도 측정 결과! 보조배터리로도 OK!
속도도 매우 준수한 수준으로 나오고 레이턴시도 좋습니다. (참고: 저궤도 위성통신 특성상 기본적으로 20~30ms 수준의 레이턴시가 있고, 지상 Gateway와 위성 간 거리에 따라 레이턴시가 추가됩니다.)
이제 Activation을 해야 하는데 혹시나 했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본 발행 카드가 아니면 결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찾다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도 발견합니다.

Starlink가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싼 가격으로 터미널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외 직구하는 사례가 Starlink 본진인 미국에서도 발생하자 직구를 막기 위해 구입 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 개통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VPN을 이용했기 때문인지, 다행히 제가 플랜에 가입할 때에는 이 요금이 청구되지 않았습니다. (터미널에 내장된 GPS 기반으로 할 수 있을 텐데..?) 어찌저찌 여러 고비를 넘겨 결제에 성공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가입 구역 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Roam - Unlimited 플랜(월 11,500엔)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스타링크를 한국에서 개통하는 절차는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ㅠ 일본 번호가 있어 일본 번호와 함께 노가다로 가입했습니다.)


참고: Starlink의 경우 고정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입력한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 사용하거나 이동 중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비싼 별도 플랜에 가입해야 합니다. 서비스 지역 외에서 사용할 경우 같은 구역 내 다른 이용자에 비해 트래픽 처리 우선순위가 더 떨어진다는 내용 또한 담겨져 있습니다. (일본 요금제 기준 트래픽 우선 처리 요금: GB당 268엔)
IP를 확인해 보니 일본 IP로 잘 잡힙니다. Starlink의 경우 무조건 가입한 국가의 PoP을 통해 트래픽이 나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일본 스타링크를 한국에서 로밍하여 미국 서버에 접속한다 했을 때 위성 간 레이저 통신으로 한국 위에 떠 있는 위성 -> 미국 대륙 위 위성 -> 미국 게이트웨이로 패킷이 이동하는 것이 아닌 한국 위에 떠 있는 위성 -> 일본 대륙 위 위성 -> 일본 게이트웨이 -> 일본-미국 해저케이블을 통해 패킷이 처리됩니다. 통신사 로밍과 같은 원리로 처리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말해, 한국 서비스 시작 후 한국 서비스 가입 시 warning.or.kr은 그대로 보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가별로 인터넷 사업 관련 법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구현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게이트웨이는 4개(아키타, 히타치나카시, 오타루, 야마구치)가 있습니다. 어느 게이트웨이(PoP)로 패킷이 가는지는 따로 확인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해외 로밍 이용 시 아마 도쿄랑 가장 가까운 히타치나카시 게이트웨이로 가지 않을까 싶네요.
궁금해서 앱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앱 자체는 역시나 같은 사장님(?)이 만들어서 그런가 Tesla 앱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메인 화면 구성, 로컬이 아닌 Remote로 Starlink 터미널에 접속할 수 있는 점, 앱 내 애니메이션조차 Tesla 앱과 닮아서 신기했습니다.

실험: 이동 중 사용해 보기


다소 괴상한(?) 한 가지 실험을 더 해보기로 합니다. 서울 시내 주행 중 잘 되나 테스트해 보기. Starlink의 경우 기본적으로 북쪽을 가리키도록 접시를 배치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접시가 바라보는 하늘 모든 면이 깨끗하게 개방되어 있어야 100%에 가까운 연결 성공률을 보입니다. 즉, 고가차도 아래로 지나갈 때나 차량의 주행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 연결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Starlink Mini의 경우 스펙상 시속 100mph (약 160kph)로 이동 중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나와있기도 했고요. 경로는.. 강남에서 서울시청까지 약 20~30분 거리인 평소 출근 경로로 운전하는 중 연결 성공률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거리가 길지 않아 길게 테스트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 Starlink Mini의 경우 부팅 및 첫 위성 연결 후 약 15~30분이 지나야 연결이 조금 안정화 됩니다.)
전용 마운트가 없어 차량 앞유리를 바라보도록 대시보드에 거치한 후 테스트해 본 결과, 북쪽을 향할 때는 연결 성공률이 높게 나왔지만 신호등 아래, 빌딩 숲 사이를 지나며 또는 차량 방향이 틀어질 때에는 연결이 끊기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레이턴시도 상당히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뭐 이 작은 단말이 이 정도 연결 성공률과 성능을 보여주는 정도면 매우 뛰어나다 생각하기에 일단 실험은 이 정도로 종료했습니다. 1~2년 후 위성 수가 더 많아진다면 같은 상황에 연결 성공률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높게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몽골에서의 첫 개시

이제 남은 일은 몽골에서 개시해 보는 것. 가방에 잘 넣어 몽골까지 무사히 들고 가 투어 차량 내에서 첫 개시를 시도해 봅니다. 일단 가이드분이 이게 뭐냐고 놀라십니다..(?) 잘 설명드린 후 차량 앞 유리에 올려두고 개시. 셀룰러가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다행히(?) 공항에서 30~40분 정도 달린 후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도로가 나오니 셀룰러 신호가 사라집니다.

이어서 연결 시도 후 성공! IP 주소는 마찬가지로 일본으로 잡히고 Country Code만 MN (Mongolia)로 바뀌었습니다. Starlink 서비스 지역의 경우 Country Code가 해당 지역으로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단점: YouTube Premium 비활성화됨..)
앞서 말씀드린 대로 통신사 로밍과 동일하게 서비스 가입 지역 네트워크를 사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몽골 위 Starlink 위성 -> 일본 위 Starlink 위성까지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을 이용해 패킷을 전송한 후 일본 PoP (Gateway)을 통해 트래픽이 처리되기 때문에 레이턴시가 다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대역폭은 상시로 100Mbps 이상 나와줄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파일 다운로드나 영상 재생 등 레이턴시보다 대역폭이 더 중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문제 발생: 비포장길..

아... 도로 포장률이 이렇게 낮을 것이라 생각을 못했.. 앞으로 저런 길로만 다닐 것이라 생각을 못 했습니다. 차량용 마운트를 사왔어야 했는데.. 덜컹덜컹 거리는 비포장길을 다니니 Starlink Mini가 계속 떨어집니다.. 어차피 휴대폰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힘든 길이라 Starlink Mini는 포장된 길에서만 사용하기로 하고 빨래판 느낌이 나는 비포장길에서는 그냥 길 자체를 즐기기로 합니다.
디지털 보톡스 시작

첫날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셀룰러 신호가 1칸 잡힐까 말까 합니다. 1칸 잡혀도 데이터가 제대로 터지지 않습니다. (GPRS, Edge 망 잡히는 거 미국 여행 이후 오랜만에 목격..) 가이드분에게 물어보니 이런 곳에서는 저기 보이는 바위 어딘가 올라가다 보면 신호가 세게 잡힐 때가 있어서 연락이 필요할 때에는 신호가 잡힐 때까지 이곳저곳 높은 바위에 올라가 신호 잡기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Starlink Mini가 있는 우리에게 잘 잡히지도 않고 느린 셀룰러 망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설치 ㄱㄱ

보조배터리 5개와 함께라면 게르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어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밤 12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디지털 보톡스를 아주 잘 즐기고 꿀잠에 들었습니다. 20,000mAh 보조배터리 1개 기준으로 약 3시간 넘게 Starlink Mini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일화 하나: 다음날 아침 식사하러 식당 건물에 가며 Starlink Mini를 챙겨 갔는데 가이드님 휴대폰에 알림이 막 쏟아지니.. "혹시 그거 가져오셨어요? 여기 원래 인터넷 안 되는 곳인데.."

Starlink 앱에서 설명하는 대로 북쪽을 바라보도록 align을 맞추고 사용해 본 결과 Ping 성공률이 99.86%로 매우 높게 나왔고 실제 사용 중 끊김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파일을 다운받는 데도 문제가 아예 없는 수준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제일 신기했던 건 앱에 있는 저 obstruction(장애물) 보는 기능인데

Starlink Mini 내부에는 이런 식으로 수백 개의 Antenna element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안테나는 단순 parabolic 안테나가 아닌 phased array 방식으로, 전자적으로 빔 방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각 element가 독립적으로 제어되어 신호 세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의 신호가 잘 잡히고 어느 방향에서 간섭이 발생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작은 Starlink Mini 단말기로도 빠르게 움직이는 위성과 끊기지 않고 통신하거나, 이동 중에 비교적 안정적인 연결이 가능합니다.
(쓸데없는 설명 끝..)

아무튼 이렇게 첫날 Starlink Mini로 개이득을 맛보고.. 귀여운 몽골 토종견 방카르(банхар)와도 놀고..



구석구석 이곳저곳에서 알차게 잘 사용해 주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눈이 쌓여 있거나 비가 와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찾아봤더니 IP67 Rating의 방진방수가 된다는 정보도 얻었습니다.
무작정 Starlink만 들고 간 것은 아니고 로밍을 해가기도 했고 투어 업체에서 현지심을 주기도 했는데 셀룰러가 4칸 다 뜨는 곳에서조차 다운로드 속도가 1Mbps 정도로 처참하게 나올 때도 많고, 데이터 사용량 제한도 고려해야 해서 휴대폰은 거의 상시 비행기 모드로 놓고 Starlink 연결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웠던 점: 숙소에서 Github Releases에 있는 파일 받는데 SKB 유선 인터넷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빨랐던 것..)

결론

디지털 디톡스 그거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굳이 이래야 하냐? 싶겠지만 저 같은 누군가에겐 스타링크 단말 들고 셀룰러 신호 한 칸도 안 잡히는 오지에서 인터넷 연결되게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재밌잖아요..? 일본 코스트코에 스타링크 단말기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 손안에 들어오니까 뭔가 처음 아이폰 산 기분도 잠깐 들었고요. ㅎㅎ
스타링크 코리아의 서비스 도입이 선박이나 항공 계약 위주(우선)로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기도 하고 셀룰러 커버리지도 매우 훌륭하고 속도도 매우 훌륭한 한국에서 Starlink를 써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지만 재미와 제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1달 단위 계약이라 5월 말까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는데 뭔가 괜히 셀룰러 잘 안되는 오지나 해상으로 나가서 Starlink와 함께 리모트 근무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요. 일단은 창고로 들어가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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