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U+ MVNO로 5G 망을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월 3만 원 후반대에 18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라 이정도 가격이면 5G를 쓰기에 충분히 납득이 가는 가격이기도 했고, 사용하고 있는 원플러스 8 프로가 5G를 지원해서 호기심이 생겨서 말이죠. 문제는 이게 외산폰이란 거였습니다. 일단 중국에서 직구한 모델(모델명: IN2020)이라 NR78 대역(한국 통신 3사가 사용하고 있는 NR 대역)을 지원하기는 하는데 과연 이게 잘 돌아갈지도 모르겠고, 혹시나 handover가 발생할 때 아예 데이터가 끊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뭐 일단 잘 안 되면 유심비만 내고 바로 해지때리기로 하고.. 해보기로 합니다.

일단 성공

유심을 받자마자 끼우고 안드로이드의 Phone Info 메뉴에 들어가 NR/LTE 모드로 설정했습니다..만 계속 indicator는 4G로만 떠있고 절대로 5G에 연결될 생각을 안 합니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보다가 지난 퀄컴 모뎀 설정 중 carrier_policy 파일을 건드릴 때 5G 관련 옵션을 안 넣었던 것이 생각나 파일을 아래와 같이 수정해서 다시 diagnostic 모드로 들어가 EFS 파티션에 carrier_policy 파일을 옮겼습니다.

      <rat_capability base="none">
        <include> L 5G </include>
      </rat_capability>

휴대폰을 껐다 켜니 5G indicator가 잘 나옵니다. 근데 신호가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처음 신호를 잡는 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어쩔 때는 1분 넘게도 걸립니다. IMS registration도 늦습니다.. 뭐가 문제지 하고 보다가 RF band 설정을 건드려보기로 합니다. 다행히 구글과 바이두를 열심히 찾아보다가 아래 설정을 어디선가 발견합니다.

      <nr5g_sa_bands base="hardware" />
      <nr5g_nsa_bands base="hardware" />

지난 번에 봤던.. 아래처럼 생긴 LTE 밴드 설정과 스키마가 완전히 같습니다.

        <lte_bands base="none" >
          <include> 0 4 6 </include>
        </lte_bands>

추측대로 똑같이 해봅니다. 한국에서는 5G NR 대역으로 78 대역(3.5GHz)을 사용하고 있으니 77로 입력합니다. 컴퓨터의 숫자는 0부터 시작하니까요.

        <nr5g_sa_bands base="none">
          <include> 77 </include>
        </nr5g_sa_bands>
        <nr5g_nsa_bands base="none">
          <include> 77 </include>
        </nr5g_nsa_bands>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아직 한국에서 SA 망은 지원되지 않는 걸로 알지만 지원이 시작될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SA 설정도 같이 넣어줍니다. 자 이제 휴대폰을 재부팅합니다. 켜자마자 5G indicator가 바로 뜨네요. IMS 등록도 바로 되고 SMS over IP 등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간략한 5G 후기

여기저기서 아직 5G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옵니다. 뭐 LTE도 망 다 까는데 몇년씩이나 걸렸고 출시 초반에 안 터진다, 3G로 fallback switch 될 때 연결 끊긴다 그냥 3G 전용 모드로 쓴다, 요금 너무 비싸다 말 많았는데 역시 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뭐 요금은 3만원대 요금제 쓰고 있는데.. 이 요금이면 5G 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가 중국산 화웨이 장비 쓰는 유플러스긴 한데.. 속도도 제일 떨어지는 유플이긴 한데.. 이정도 속도는 무난하게 나와줍니다. 뭐 사실 3G(HSPA)에서 LTE로 넘어갈 때 '빨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3G의 레이턴시(보통 100ms)에 비해 LTE의 레이턴시(보통 30ms)가 훨씬 낮기 때문인데, 5G 역시 LTE에 비해 꽤 좋은 레이턴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감이 그리 크진 않은데요. 확실히 WiFi를 안 켜고 쓸 수 있는 수준의 체감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운로드 속도는 뭐 LTE로 대역폭 상으로는 4K 스트리밍에 문제 없는 수준이니 논외로 치고요. 참고로 이론상 한국에서 제공 중인 5G 서비스는 NSA 방식으로 1.5Gbps는 5G(NR)로, 1Gbps는 4G(LTE)로 총 2.5Gbps 까지 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LTE+NR (5G NSA)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에서 글을 쓰는 시점에서 서비스 중인 5G 서비스는 LTE 망을 쓰는 5G 서비스입니다. 이게 다 NSA라는 표준 때문에 그런 건데요. 3GPP에서는 통신사들이 5G 망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SA(Stand-Alone)와 함께 NSA(Non-Stand-Alone, 3GPP Release 15)를 표준 아키텍쳐로 정했습니다.
일단 완전한 5G 시스템은

  • eMBB (enhanced Mobile Broadband): 약간의 레이턴시 개선과 함께 훨씬 더 넓은 데이터 대역폭을 제공해주기 위한 표준
  • URLLC (Ultra Reliable Low Latency Communications): 저지연을 위한 표준
  • mMTC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s, 3GPP Release 13/14): cost-efficient 및 수많은 (IoT)기기의 연결을 안정적으로 핸들링하기 위한 표준
    를 모두 지원해야 하는데요. NSA 망은 이중에서 eMBB에 초점을 맞추어 빠르게 5G 망을 확장할 수 있게 하고, 후에 SA 망으로 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아키텍쳐입니다. 빠르게 5G 망을 설치하면서도 LTE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망을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진 아키텍쳐죠.

NSA Option 3

5G NSA deployment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주의: 추정입니다. 3x일 수도 있어요.) 일단 한국에서 쓰이고 있는 NSA Option 3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LTE 네트워크에서 UE(사용자 단말)가 어떻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지부터 알아봅시다.

  • 우선 UE(User Equipment)는 eNB(evolved Node B)에 접속합니다. 이때 USIM에 있는 가입자 정보를 eNB가 받아서 식별/인증 처리를 하게 됩니다. eNB는 쉽게 말해서 기지국에서 단말과 직접 붙는 곳이라 보시면 됩니다.
  • eNB에서는 S-G/W(Serving G/W)로 라우팅합니다. 디테일한 과정은 저도 잘 모릅니다.. (TMI: 3G에서의 base station은 NodeB라고 부릅니다.)
  • S-G/W에서는 P-G/W(PDN Gateway)로 라우팅합니다. P-G/W에서는 UE를 직접 관리하는 역할(IP assignment, QoS, Accounting data, Handover anchoring, etc)을 합니다.
  • P-G/W에서는 단말과의 통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외하고 UE가 보낸 원래 패킷을 PDN(Public data network)으로 보냅니다.
    여기서 eNB를 제외한 부분을 EPC(Evolved Packet Core)라고 하는데요. 간략하게 LTE 통신을 제외하고 네트워크, 사용자 식별 등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당하는 곳이라 보시면 됩니다. 5G NSA는 여기서 크게 바뀌는 부분이 없습니다.

5G NSA 지원 단말 요구사항부터가 LTE를 지원하면서 5G NR을 지원하기만 하면 되는데요. 5G NSA에서는 5G 전용 EPC가 없고 LTE의 EPC를 공유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5G의 base station은 gNodeB라고 부르는데요. (g가 뭔지는 모릅니다;;) NSA 스펙에 따라 단말은 위 스크린샷처럼 5G NSA 아키텍쳐에서 LTE의 eNB, NR의 gNB에 동시에 붙게 됩니다. 이 구조를 en-gNB라고 부릅니다.
이런식으로 단말이 동시에 여러 망에 붙을 수 있도록 하는 걸 DC(Dual Connectivity)라고 부르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gNB 구축 뿐 아니라 기존 LTE 망을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5G ENDC Available. EN-DC: E-UTRAN[LTE] New Radio Dual Connectivity)
NSA 구조에서는 우선 eNB를 master 노드(MeNB)로, gNB를 secondary 노드(SgNB)로 사용합니다. 이때 master 노드는 secondary 노드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ENDC에서는 split bearer(3GPP Release 12) 이라는 LTE Macro 셀(거대 셀)과 LTE Small 셀을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기술이 핵심(주의: LTE CA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입니다)이 되는데요. 여기서 DC에 대한 주도권(control)은 완전히 eNB가 갖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5G 단말이 5G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LTE 망에 붙어야 하고, 만약 eNB가 EN-DC를 지원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면 gNB 작동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때 단말은 NR 채널을 스캔하게 되고 만약 이때 신호를 찾게되면 eNB는 gNB에게 모바일 단말과 연결할 때 필요한 여러 파라미터를 전달합니다. gNB가 연결을 confirm 한 후에는 eNB는 들어온 유저 데이터의 일부(앞서 말했듯 NSA에서는 LTE와 NR을 모두 사용합니다)를 단말이 5G gNB로부터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gNB로 포워딩을 합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eNB는 EPC(중 S-G/W)에게 gNB랑 직접 통신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gNB가 들어온 유저 데이터의 일부를 eNB에게 떼어줄 수 있게 됩니다. (Option 3x)

이걸 그림으로 설명하면.. 아래같이 생겼습니다.

끝.

정리 (요약)

  • 5G 빠릅니다.
  • 5G NSA는 빠른 5G 확산, 과도기의 5G를 위해 3GPP가 정한 표준입니다.
  • NSA 방식에서는 LTE 망을 같이 사용합니다. 2.5Gbps 스펙 중 1.5Gbps는 5G NR 기지국이, 1Gbps는 LTE 기지국이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 5G NSA 방식에서 5G base station(gNB)은 5G 전용 EPC가 없기 때문에 LTE 망의 EPC를 같이 사용합니다.
  • 때문에 단말이 5G 망에 먼저 접속하는 것이 아닌 master 노드인 LTE 망에 먼저 붙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단 데이터는 써야 하니까요. 이후에 LTE 망에서 이 망이 5G DCNR(Dual Connectivity with NR)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단말에게 같이 보내주고 단말은 이 값에 따라 5G 망에 붙는 시도를 합니다.
  • 구조상 단말의 설정만 멀쩡하다면 5G 네트워크 사용 중 음영지역으로 들어가 5G 망의 연결이 끊겨도 데이터 사용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제가 쓰고 있는 원플러스 8은 일단 이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부드럽게 LTE/5G 전환이 됩니다.)
  • 5G 런칭 이후 LTE 망을 줄였다는 말은 구라입니다. 못 줄입니다. 더 늘리면 늘렸지.
  • 5G 런칭 이후 LTE가 느려졌다고 느낀다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5G NSA 구조상 5G의 전용 EPC가 없어 LTE의 EPC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를 위해서 백본망을 더 키우고 QoS를 잘 구성해두었다면 LTE 속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참고한 자료